나무야, 왜 한 자리에만 있니?
link  지구친구   2025-09-25
나무는 걸을 수 없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동은 해야 한다. 걸을 수 없는데 어떻게 이동을 할까? 해결책은 세대교체에 있다. 모든 나무는 일생 동안 어릴 적 뿌리를 내린 그곳에 붙박여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무는 번식을 할 수 있고, 나무 태아가 아직 씨앗에 감싸여 꾸벅꾸벅 졸고있는 그 짫은 순간만큼은 완전한 자유다.

엄마한테서 떨어지자마자 나무는 여행을 시작한다. 성격이 무지 급해 서두르는 종들은 아기가 바람을 타고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갈 수 있도록 아기에게 고운 솜털 옷을 입혀 준다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날 수 있으려면 씨앗이 아주 작아야 한다. 포플러와 버드나무는 그런 날개 달린 작은 씨앗을 만들어 몇 킬로미터 너머까지 자식을 떠나보낸다.

씨앗은 싹을 틔우자마자 서둘러 혼자 힘으로 양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양분이 부족하거나 물이 없는 땅에선 버틸 힘이 없다. 자작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사시나무와 침엽수들은 씨앗이 조금 더 무겁다. 이 나무들은 씨앗에게 비행 보조장치를 달아 준다. 침엽수 중에는 추락 속도를 매우 느리게 만들어주는 진짜 회전 날개를 장착한 종도 많다.

운이 좋아 폭풍이라도 부는 날이면 씨앗은 몇 킬로미터 너머까지 꿈도 꿀 수 없는 거리다. 그래서 이것들은 보조 장치를 아예 포기하고 동물 세계와 동맹을 맺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쥐와 다람쥐, 어치는 지방과 전분이 풍부한 이것들의 씨앗을 아주 좋아한다.이 씨앗을 겨울 식량으로 삼기 위해 숲의 땅에 숨겨 두었다가 양식이 많아 방치하거나 찾지 못하여 그대로 둔다. 굶주린 올빼미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올빼미가 노란목들쥐를 잡아 식량으로 삼으면 그 들쥐가 숨겨 놓은 씨앗은 무사히 땅속에서 겨울을 날 수 있다.

들쥐는 큰 너도밤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바로 그 나무의 발치에 묻을 때가 많다. 나무의 잔뿌리들 사이에는 물기가 없는 작은 동굴이 생기기 쉬운데 바로 그곳을 집으로 삼기 때문이다. 쥐 한 마리가 동굴에 입주했다는 사실은 그 앞에 쌓여 있는 속이 텅 빈 너도밤나무 열매 껍질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쥐가 아무리 식욕이 좋아도 열매 몇개를 잡아 먹히지 않고 땅에 있다가 쥐가 죽고 이듬해 봄이 되면 싹을 틔워 새로운 숲을 이룬다.

포플러와 버드나무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환경을 개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산 폭발로 생명이 전멸하고 모든 것이 영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곳에서도 용감하게 개척을 시작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여 이동을 하려는 것일까? 엄마 나무가 사는 숲에서 살면 안되나? 새 생활 공간의 개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기후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백년을 넘기는 아주 느린 속도다.하지만 언젠가는 아무리 통 크게 웃어넘기려 해도 각 종에게 너무 덥거나 춥고 너무 건조하고 너무 습기가 많을 때가 올 것이다. 그럼 그 종은 다른 종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고, 물려준다는 것은 방랑길에 오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숲에서 방랑이 시작되고 있다.

















나무
피터 플레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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